“30만원 안에서 출퇴근용 가방 추천해줘. 노트북 들어가야 하고 너무 흔한 브랜드는 싫어.”
예전이라면 검색창에 ‘여성 노트북 가방 추천’을 입력하고 쇼핑몰 몇 곳을 돌아다녔을 질문이다.
이제는 다르다. 원하는 조건을 AI에게 말하면 후보를 추리고, 가격을 비교하고, 리뷰까지 요약해준다.
쇼핑의 시작점이 ‘검색’에서 ‘대화’로 움직이고 있다.
최근 한국 소비자의 76%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를 찾을 때 AI 또는 멀티모달 검색을 먼저 활용한다는 조사도 나왔다. AI 기반 탐색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74%는 구매 결정도 더 빨라졌다고 답했다.
+ 이제 우리는 제품명이 아니라 ‘상황’을 검색한다
기존 검색은 정확한 단어가 필요했다.
‘무선청소기 추천’, ‘수분크림 순위’, ‘호텔 부산 오션뷰’처럼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알고 있어야 했다.
AI 쇼핑은 반대다.
“아이 둘 있는 집에서 쓰기 편하고 소음 적은 청소기”처럼 상황부터 설명한다. 브랜드를 몰라도 된다. AI가 조건을 나눠 후보를 만든다.
실제로 글로벌 소비자의 50%는 제품 조사, 39%는 가격 비교에 AI를 활용하고 있다. 미국 리테일 사이트의 AI 기반 유입도 2026년 1~3월 전년 동기보다 393% 증가했다.
소비자는 이제 물건을 ‘찾는 사람’에서 조건을 말하고 ‘선택지를 받는 사람’으로 바뀌고 있다.
+ 비교하는 수고도 AI에게 넘기기 시작했다
쇼핑에서 가장 귀찮은 순간은 제품을 발견한 뒤다.
A는 디자인이 좋고, B는 싸고, C는 리뷰가 좋다. 탭을 열다 보면 어느 순간 뭘 사려고 했는지조차 흐려진다.
AI가 가장 먼저 파고든 것도 이 지점이다.
McKinsey 조사에서는 AI를 사용하는 유럽 소비자의 63%가 브랜드·모델·가격·후기 비교에 AI를 활용했고, 55%는 제품 자체를 이해하는 데 사용했다. 다만 AI가 직접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는 ‘추천은 AI가, 결정은 내가’ 하는 방식을 아직 더 편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.
현재 AI는 쇼핑의 계산대보다 ‘옆에서 골라주는 친구’에 더 가깝다.
+ 브랜드에게는 검색 1페이지보다 더 어려운 싸움이 시작됐다.
여기서 기업 입장은 조금 복잡해진다.
과거에는 네이버나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했다. 그래서 SEO가 마케팅의 핵심이었다.
그런데 소비자가 “민감성 피부가 쓰기 좋은 5만원 이하 크림 세 개만 골라줘”라고 묻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.
AI가 수많은 제품 가운데 내 브랜드를 추천 후보에 넣어야 한다.
특히 럭셔리 관련 생성형 AI 질문의 약 70%는 특정 브랜드 이름조차 포함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.
브랜드를 먼저 정하고 상품을 찾는 게 아니라, 필요한 것을 말하고 브랜드를 나중에 발견하는 것이다.
SEO 다음에 GEO, 생성형 AI 최적화가 이야기되는 이유다.
+ 그리고 다음 단계는 ‘AI가 사는 쇼핑’
변화는 추천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.
동남아 6개국 조사에서는 AI 이용자의 75%가 AI 에이전트에게 최저가 상품을 찾고 구매하게 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했고, 45%는 일정한 조건 안에서 구매 결정 자체를 위임할 의향도 보였다.
“이거 어디가 제일 싸?”에서
“내가 평소 쓰던 거 떨어지면 알아서 가장 싼 곳에서 주문해줘”로 넘어가는 셈이다.
물론 신뢰와 개인정보, 잘못된 추천이라는 숙제는 남아 있다.
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.
우리는 검색창에서 수십 개 상품을 비교하는 소비자에서,
원하는 삶의 조건을 말하고 몇 개의 답을 받아보는 소비자로 이동 중이다.
앞으로 가장 강한 브랜드는 검색 결과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브랜드가 아니라,
AI가 누군가의 질문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일지도 모른다.


